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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에, 봄 향기에 취해 길을 걷는다.
콧노래 흥얼거리며 설렌 가슴 안고 걷다
샛노란 꽃 가득한 마을과 마주한다.
누군가 노란 물감을 풀어 봄을 그리기라도 한 것일까?
여기도 저기도 온통 봄이다.
노란빛 산수유가 지천에서 봄 인사를 건네는 마을, 구례 산수유마을로 향했다.


산수유마을길을 거닐다

지리산 자락 구례 산동면의 봄은 노란 산수유로 장관을 이룬다. 산동면에는 어디를 콕집어 산수유마을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느 마을을 가더라도 산수유가 만개해 있다. 그 중에서도 상위마을에서부터 하위 마을 그리고 반곡마을과 평촌마을로 이어지는 산수유마을길은 가장 대표적인 코스라고 할 수 있는데 돌담길의 옛 정취와 시골마을의 푸근함 그리고 계곡물 흐르는 소리까지 맛볼 수 있어 눈과 귀가 즐겁다.

가장 위쪽에 위치한 상위마을은 인근 산자락까지 모두 산수유로 둘러싸여 있어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마주하는 순간 절로 감탄사를 내뱉곤 한다. 여러 산수유마을 중 가장 산수유가 많이 재배되는 곳인 만큼 규모부터가 남다르다.
상위마을에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바로 옛 돌담길이다. 주차장 옆에 위치한 옛 돌담길은 비록 그리 긴 길은 아니지만 이끼 낀 옛 돌담이 산수유와 한데 어우러져 옛 시골 고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옛 돌담길을 지나 마을에 들어서면 곳곳에 피어있는 산수유가 마치 집들과 한 몸인 듯 자연스레 소박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다. 상위마을은 20여 곳의 민박집도 함께 운영하고 있기에 이곳에서 1박을 하며 산수유와 지리산을 함께 즐기는 것도 또 하나의 여행 방법이다. 산수유가 뻗어가는 길을 따라 산자락을 오르다 보면 자그마한 정자가 나온다. 이곳에 앉아 두 발 아래 산수유를 두고 저 멀리 첩첩이 쌓인 구례의 멋진 산자락을 보고 있으면 이곳까지 올라오며 살짝 흘린 땀방울도 어느새 살랑대는 봄바람에 금세 말라버린다.

산수유마을에서는 식사를 해결할 곳이 마땅치 않으므로 미리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해 함께 여행 온 이들과 나누어 먹으며 봄을 반가이 맞이하는 것도 좋겠다.
상위마을을 빠져 나온 후, 여태 올라온 길을 되돌아 아래로 내려가면 하위마을이 나온다. 하위마을은 소담스러운 돌담길과 소박한 마을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위마을만 둘러보고 곧장 반곡마을로 내려가거나 애초에 이곳까지 올라오지 않고 반곡마을쪽과 산수유 축제행사장 근처에만 머무르기 때문에 하위마을에서는 보다 여유 있게 마을을 거닐 수 있으며 산수유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담기에도 제격이다.

 

산수유꽃길을 거닐다

하위마을에서 반곡마을과 평촌마을로 이어지는 산수유꽃길은 아마도 이곳 산수유마을의 하이라이트 구간이 아닐까 싶다. 시원한 냇가를 따라 이어져있는 꽃길. 데크로 이어진 이 길은 데크 양쪽으로 산수유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때마침 봄바람이라도 불어온다면 기나긴 겨울 동안 잔뜩 웅크려있어 서늘했던 마음이 금세 따스하게 변해버릴지도 모른다. 이 길을 연인과 함께 걷는다면 산수유의 꽃말인 ‘영원한 불변의 사랑’을 느끼듯 서로의 사랑을 속삭여 보는 것도 좋겠다.


산수유 꽃은 군락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화려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얇은 꽃잎이 여러 갈래로 이루어져 있는 모양으로 다른 봄꽃들의 화려함보다는 수수함 또는 소박함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린다. 산수유는 봄에는 노란 꽃을 피우고 가을에는 새빨간 열매를 맺는다.

 

봄에도 아름다운 산수유마을이지만 산수유 열매가 한 가득 열려있는 가을의 모습도 아름답다. 산수유마을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들은 봄뿐만 아니라 가을에도 산수유마을을 찾는데 이때는 봄과는 달리 산수유마을을 찾는 여행객들이 몇 되지 않아 아주 호젓하게 산수유마을을 즐길 수 있다.

산수유꽃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 냇가에는 신선들이 놀고 갈법한 넓적한 바위들이 잠시 쉬어가라고 외치는 듯 느껴진다. 2km 남짓한 길을 걸어 내려오며 지친 발을 물에 담가 보기로 한다. 물결은 아직 차갑기만 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눈앞에 펼쳐지는 산수유를 바라보고 있자니 나는 지금 흡사 신선놀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산수유일번지를 거닐다

상위마을에서 평촌마을로 이어지는 산수유 마을에서 9km 가량 떨어진 계척마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산수유 시목이 있다. 1000 년을 넘긴 이 산수유 시목은 중국 산동성에서 시집 온 여인이 최초로 심었다 전해지는데 세월이 흐르며 구례는 물론 전국각지로 산수유가 퍼져나갔다고 한다.

계척마을은 현천마을과 더불어 지리산 둘레길 ‘산동-주천 구간’에도 포함되어 있다.
지리산 둘레길은 모든 코스가 아름답고도 저마다의 특색이 있기로 유명하지만 봄만큼은 산수유 가득한 계척마을과 현천마을이 포함된 구간이 가장 아름답다. 봄의 완연한 기운을 느끼며 보다 가볍고 상쾌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천마을은 계척마을에서 3km 남짓 떨어져 있는 마을이다. 이 두 마을은 앞서의 산수유 마을보다 사람들이 덜 찾는 곳이기에 조금 더 호젓하고 분위기 있게 산수유를 즐길 수 있다.
현천마을에 들어서면 입구에 있는 저수지를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데 봄바람에 잔잔히 일렁거리는 저수지 위로 노란 산수유가 투영된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그래서 현천마을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이 모습을 담기 위해 찾아오는 사진사들이다.

저수지 주위를 한 바퀴 돌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는 길, 낮은 담벼락위로 산수유가 골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산수유나무에 둘러 싸여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가끔 마주치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인사라도 건넬라치면 어디에서 왔느냐며 연신 마을 자랑을 늘어놓기에 여념 없으시다.


마을 뒤편 전망대에 한번 올라 보라하시기에 그길로 곧장 올랐더니 현천마을이 한눈에 다 담긴다. 산골짜기에서부터 시작된 산수유는 어느새 마을 전체를 노랗게 감싸고 내 마음도 노란빛으로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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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란 본래 살아가는 공간을 연출하는 예술입니다. 하지만 건축은 지금까지 종교에 의해, 돈에 의해, 기능에 의해 지어졌죠. 인간과 가장 밀접해야 할 예술이 가장 먼 곳에서 존재해왔다는 뜻입니다. 허나 다행스럽게도 인간과 인간 현상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건축을 해온 두 거장이 있습니다. 바로 동서양을 대표하는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와 안도 다다오입니다. 그들이 만든 숭고의 공간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에게 여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집념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걸작을 남긴 두 거장의 삶을 통해 완벽한 현대건축을 즐겨봅니다.




인간을 향한 건축 정신





르코르뷔지에 ⓒ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진




장식예술에 심취해 라쇼드퐁 미술학교에 들어간 내성적인 스위스 소년은, 미술학교에서 만난 건축교사의 수업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고 있었을까요?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코르뷔지에는 그렇게 재능을 알아봐 준 선생님을 통해 파란만장한 건축가의 운명을 시작합니다.



르코르뷔지에가 건축가로 활동을 시작한 1910년대는 건축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시기였습니다. 많은 현대 건축가들이 기능주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르코르뷔지에 역시 입방체를 기본단위 삼은 합리적인 설계를 추구했죠. 그가 만든 건축물들은 기능주의의 혁신이었고 그중 돔-이노 주택은 으뜸으로 알려졌습니다.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롱샹성당 ⓒ한국산업인력공단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는 공간을 연주하는 듯한 다양한 형태를 구사하여 일률적이던 건축의 틀을 과감히 탈피합니다. 기능만 중시하던 기존의 시공법을 뒤로한 채 인간과 건물의 연결성을 극대화한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건축을 영화처럼 연속된 줄거리로 파악하여 감동적 공간을 선사했습니다. 이는 서양 건축역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태도였기에 당시 보수적인 건축가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어요. 하지만 르코르뷔지에는 결코 뜻을 굽히지 않았고, 혁신적인 설계와 시대를 앞서는 이론으로 건축사에 큰 족적을 남겼습니다. 그는 누구보다 안팎으로 완성도 높은 건축의 전형을 만들었고, 그 속에 인간을 위한 공간을 실현했습니다.



르코르뷔지에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330여 개의 건축과 도시작품을 계획했을 정도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했습니다. 롱샹성당이나 찬디가르계획 등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정신이 담긴 걸작들은 오늘까지도 건축가들의 성지로 불리며 회자되고 있습니다.




연을 품은 건축미





안도 다다오 ⓒ일러스트레이터 김수진




오직 직관적인 생각과 경험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거장 안도 다다오. 그의 작품 속에는 건축을 향한 의지와 꿈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초기부터 여행을 통해 건축을 독학하던 안도 다다오의 작품은 독창적이라 평가받습니다. 르코르뷔지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독특한 모습 속에 적합한 스토리를 품은 각각의 작품들은 절대 아류라고 할 수 없어요. 그의 건축방식이 항상 인간과 그 속의 삶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전통적 정서에 자신의 생각을 녹여낸 안도 다다오식 건축은 일본 건축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노출 콘크리트와 여백을 통한 개방성은 안도 다다오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는데, 그중 스미요시의 연립 주택은 일본 건축 학회상을 받으며 그의 대표작으로 불립니다. 그 후 안도 다다오는 미술관, 공공건물, 사옥, 교회, 절 등 다작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립니다.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 ⓒ한국산업인력공단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극적이기로 유명했는데 보는 위치에 따른 변화, 겉과 속의 상이함이 반전으로 작용해 보는 이의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특히 건축 속에 품은 자연은 그가 지향하는 현대건축의 방향을 나타냅니다. 빛과 어둠, 하늘, 바람 등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은 항상 그의 출발점이었죠. 물의 교회, 빛의 교회, 바람의 교회 등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연출력은 그동안 건축이 바라본 자연에 대한 편협한 사고를 깨부수는 통쾌한 행위였습니다.



안도 다다오는 항상 쉽지 않은 과제를 맡으며 창의성을 건축에 담았고, 프랑스 건축아카데미 금상, 덴마크 칼스버그 건축상, 영국 왕립건축가협회상, 미국 건축가협회 대상 등을 받으며 현존하는 최고의 현대 건축가가 되었습니다.



* 참고서적: 지식다큐 르 코르뷔지에 VS 안도 타다오 (최경원 지음, 숨비소리)

현대 건축사를 빛낸 두 거장의 삶과 작품세계가 담겨있다. 독특한 관점과 색다른 해석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세계 건축사의 흐름을 바꾸고, 어떤 변화를 이루었는지, 두 인물의 삶을 극적으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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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 소개할 영화는 『미생』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 원작 <내부자들>입니다. 정·경·언(政經言) 유착세력에게 이용당하고 팽(烹) 당한 정치깡패가 복수심에 불 타, 줄도 배경도 없어 큰 건 하나 건지기 전에는 출세하기 힘든 검사와 의기투합하여 부도덕한 재벌, 부패한 정치인, 쓰레기 언론인을 혼내준다는 아주 뻔한 스토리의 영화입니다. 



△ 검사 우장훈과 조폭 안상구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장인물과 캐릭터 또한 너무 뻔해서 돈, 권력, 미디어를 제멋대로 쥐고 흔드는 악인들이 천진 난잡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신분 상승을 노리다 폐인이 된 순진 무식한 조폭 안상구(이병헌 분)까지 네 부류의 ‘부자(腐者:부패한자)’들이 나옵니다.


특히 주연급인 이병헌은 깡패로, 조승우는 검사로 나오는데 둘이 서로 역할을 바꿨으면 더욱 뻔할 뻔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요 등장인물들 중 유일하게 ‘부자’가 아닌 캐릭터는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인데 그도 사실은 어떻게 해서든지 성공하려고 하는 욕망이 행동을 지배하는 뻔한 검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까지는 너무 뻔한 이야기인데 이제 안 뻔한 이야기 몇 가지를 해볼까 합니다.


일단 제목입니다. ‘내부자들’이라고 하면 우선 내부 고발자를 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영화의 중간 부분까지는 제목이 ‘내부자(內部者)’들이 아니라 ‘네’ 부자(腐者:부패한자)들이었다면 더 그럴 듯하다는 우스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작가가 중의적으로 내부자의 의미를 ‘속이 썩은놈들’ 즉 內(안 내) 腐(썩을 부) 者(놈 자)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비약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웹툰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연재가 중단되었다고 하니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 유명 논설주간 이강희 ⓒ한국산업인력공단



두 번째로 뻔하지 않은 것은 충무로 노익장들의 투혼을 불태운 연기입니다. 주연배우(이병헌, 조승우)의 연기도 수준급이지만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 역할을 맡은 연기의 신 백윤식과 유력 대권후보 장필우 역을 맡은 충무로 터줏대감 이경영의 알몸 연기는 보기 불편했지만 투혼을 불태운 뻔하지 않은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뻔한 영화를 뻔하지 않게 만든 가장 임팩트 있는 요소는 개인적으로 영화 중간 중간 터져 나오는 시니컬한 명대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둡고 칙칙한 상황과 장면 그리고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와 어우러져 너무도 씁쓸하게 다가오는 대사들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 비자금 파일과 '안상구'라는 존재를 이용해 성공하고 싶은 검사 '우장훈' ⓒ한국산업인력공단



결국 영화의 원작자와 감독이 바라보는 현실은 돈 없고 빽 없으면 실력이 있어도 결국엔 힘 있는 자들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암울한 전제를 깔고 있는데, 이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미션으로 삼고 있는 기관에 다니는 공공기관 종사자로서 부정하기도 긍정하기도 어려운 안타까운 현실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나와 같이 탄식하고 분노하는 옆자리 관객들의 뜨거운 숨결을 느낄 수 있어서 다소 안도했습니다.



△ 자신을 폐인으로 만든 일당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정치깡패 '안상구' ⓒ한국산업인력공단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이 영화가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을 밝힙니다.”라는 대사 아닌 대사는 영화관 문을 나서며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의 명대사 몇 가지를 글로 소개하면서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그의 대사만 굳이 소개드리는 이유는 영화로 보는 것과 글로 읽는 것이 너무 달라서 미리 알아도 스포일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여우같은 곰을 봤나.'  '잡상인들이 주는 거 먹다가 체해도 난 모른다.’ 

‘말은 권력이고 힘이야.’  ‘저들은 괴물이야, 물리고 뜯기고 싸울수록 더 거대한 괴물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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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5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케이무브(K-Move) 해외현지 멘토링이 열렸습니다. 말레이시아 한국대사관과 코트라 쿠알라룸푸르 무역관이 주최하는 <말레이시아 한인 취업 박람회>와 연계한 행사였죠. 이 자리에는 면접 참가를 위해 한국에서 머나먼 타국을 방문한 10명의 말레이시아 취업 희망 청년들과 현지 유학생 3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행사 뒤 바로 채용면접이 예정돼 있어 모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어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한국산업인력공단 



말레이시아. 일반적으로 싱가포르 옆 나라 혹은 휴양지 ‘코타키나발루’로 알려진 이 나라는 서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입헌군주제 국가입니다. 면적은 한국의 3.3배에 달하며, 전형적인 열대우림지대로 고온다습하고 소나기도 심심찮게 내리죠. 말레이계·중국계·인도계 등 다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어 말레이어, 영어, 중국어가 통용되는, 글로벌 시대에 매우 적합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산업구조는 팜오일(farm oil) 산업과 석유화학·플랜트·가스 등 중공업을 선두로, 호텔,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핵심사업 이외 전 과정을 외부업체에 맡기는 경영방식. 호텔 관련 사이트 콜센터 등이 대표적임) 등 서비스산업 분야가 성장 중입니다.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쇼핑 여건은 한국과 같거나, 어쩌면 한국보다 더 나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레이시아 취업을 희망하는 국내 청년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합니다.



국내 기업의 진출이 증가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쯤 되면 ‘이렇게나 장점이 많은데 도대체 왜?’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의 해외취업 통계를 확인해 봐도 우리나라 청년들의 싱가포르 취업자는 943명인데 반해, 말레이시아 취업자는 53명에 불과합니다. 1965년까지 말레이시아 연방에 속해 있던 싱가포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러분은 말레이시아에 대한 생각, 혹은 편견이 있으신가요? 한국에 비해 임금이 현저하게 낮을 것 같다. 해외까지 가는데 이왕이면 높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싶다. 또한 어딘지 모르게 개발도상국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이슬람 국가라는 것도 무섭다. 편견이지만 뉴스와 신문에서 그리 떠들어대니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주변에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간다는 친구는 있어도 말레이시아에 간다는 친구는 잘 없다. 무엇보다 말레이시아가 어떤 나라인지 잘 모르겠다. 등등. 개인에 따라 여러 견해 차이가 있겠지만 한 가지 항목쯤은 ‘아, 맞아! 저렇게 생각해본 적 있어’라며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말레이시아는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국가이지만 해외취업을 하고 싶은 국가로 꼽기에는 어딘가 부족함이 있거나, 부족함이 있을 거 같은 선입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는데요. 우선 말레이시아의 임금 수준은 한국에 비해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낮은 임금도 현지인보다 1.8~2배 정도 높은 수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한국기업과의 연계가 없는 말레이시아 내 기업은 굳이 한국인을 채용하려 들지 않죠. 취업비자,  EP(Employment Pass)는 또 다른 장벽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자국민 보호정책이 강한 국가로, 외국인의 경우 경력이 3년 이상이어야 취업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인구의 70%가 신봉하는 이슬람 문화 덕분에 말레이시아는 치안이 안전하고, 일명 ‘칼출·칼퇴(정시 출·퇴근)’ 같은 최적의 근로조건을 보장합니다. (한국 기업은 예외로 합니다.). 물론 야근이 가능하며, 그럴 경우 남들보다 더 빠른 승진이 보상으로 주어질 수 있어요. 자기가 일하는 만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말레이시아입니다. 실제로 딜로이트에 근무 중인 K-Move 멘토의 경우 매일 같이 밤 11시까지 일하는 통에 다른 동료들이 모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이례적으로 짧은 기간 안에 매니저(팀장급)로 승진을 했으며 여러 곳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다고 해요. K-Move 멘토링 행사에 특강 멘토로 참여했던 사임다비(Sime Darby) 전무 역시 능력을 인정받아 억대 연봉뿐만 아니라 개인 기사, 주택 등을 제공받았다고 합니다.



△K-Move 해외멘토링 참여자들 ⓒ한국산업인력공단 



△말레이시아 한인 취업박람회 ⓒ한국산업인력공단 



△취업박람회에 참석해 교육을 듣고 있는 사람들  ⓒ한국산업인력공단 



△채용면접을 진행하는 모습 ⓒ한국산업인력공단 



종합해보면 말레이시아는 경력이 없는 신입들이 가기에는 다소 막막한 국가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다국적 기업에서는 경력이 조금 부족해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죠. 하지만 현지 취업자에 따르면, 최근 한국기업의 진출 증가로 중간관리자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IT·호텔·서비스 분야 역시 일정 수준의 인력수요를 계속 유지하는 편이라고 하니, 관련 분야 취업을 원하는 청년이라면 말레이시아를 한 번쯤 고려해 볼 것을 추천합니다. 나아가 경력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직의 성공 가능성이 높고 경력개발과 현지 네트워크 형성이 용이하기 때문이에요. 해외취업의 종착점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유지의 역할은 톡톡히 해낼 수 있으리라 봅니다.



말레이시아. 인천에서 비행기로 6시간 20분이 걸리는,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나라. 아직은 여전히 생소하겠지만 이 글을 통해 말레이시아를 단순히 싱가포르와 맞붙어 있는 나라가 아닌, 내 꿈을 펼칠 수 있는 세계무대 중의 하나로, 조금은 다른 시선 혹은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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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함께한 영화 <인턴>은 인생의 황혼기인 70대 인턴과 하루 24시간을 바쁘게 쪼개어 살아가고 있는 30대 여성 CEO가 서로를 만나 변화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30대 CEO '줄스'와 70대 인턴 '벤' ⓒ한국산업인력공단




오늘날 젊은 세대들에게 불편하고 답답하게 여겨지는 노인의 모습을 영화 <인턴>은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늘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어딘가에 쓸모 있는 사람이고 싶어 하는 벤(로버트 드 니로)은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턴으로 일하기를 자처하죠.




벤은 높은 자존감을 바탕으로 격식을 갖추되 허세 부리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가되 상대에 대한 예의를 지킵니다. 그에게서 이 시대가 원하는 이상적인 어른상을 볼 수 있었습니다노년기에 그와 같은 열정과 여유를 지니고, 그러기 위해 지금 이 순간 젊음의 빈틈을 잘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멘토, '벤' ⓒ한국산업인력공단




일도, 가정도, 사랑도 포기할 수 없지만 무엇 하나 쉽게 얻어지지 않는 줄스(앤 해서웨이)에게 벤은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로운 조언으로 깨우침을 줍니다. 덕분에 매사 조급했던 줄스는 조금씩 여유를 찾고 주위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하죠.




줄스가 변화하는 과정은 일이 우선이고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영화 '인턴'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는 ‘사랑하고 일하고, 일하고 사랑하라’, 그것이 삶의 전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회사와 가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줄스의 모습이 말해주듯이 우리는 사랑만 할 수 없으며, 일만 하며 살 수도 없죠. 일과 사랑, 그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일깨워줍니다.




한편, 영화 <인턴>은 셔츠를 밖으로 빼내 입는 젊은이를 이해 못 하는 70대와 인스턴트 메시지에 길들여진 젊은 직원들의 회사 내 공존을 통해 우리 사회의 해묵은 골칫거리인‘ 신구 세대의 갈등과 조화’를 위트 있게 풀어냅니다. 벤은 젊은 사람을 가르치려 들고 자기주장만 고집하는, 소위 말하는 꼰대가 아닙니다. 한 발 떨어져 우아하게 관찰하고 친절을 베풉니다.




소통의 비결은 서로를 인정하고 자기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 것입니다. 출근 첫날, 벤은 노트북을 켜놓은 채 종이 신문을 펼쳐 듭니다. 하지만 며칠 후, 젊은 세대의 전유물과 같은 페이스북에 가입하죠. 벤의 옆자리 젊은 동료는 벤의 40년 된 가방이 빈티지하다고 칭찬하며 따라서 구입하기도 합니다.




△영화 '인턴'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신구세대 간 갈등을 풀어간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줄스가 벤을 만나 더 어른스러워지고 여유와 신뢰를 얻었다면, 벤 역시 줄스를 만나 자신이 아직도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행복을 느낍니다. 세대 간에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모습을 통해 은퇴 세대와 젊은 층의 공존에 대한 바람직한 모범 답안을 제시하는 듯합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고 따뜻하게 흘러갑니다. 세대 간, 직장 그리고 가정 내의 다양한 관계와 상황 속에서 가치관의 차이가 드러나긴 하지만 이 모두를 아우르고 관통하는 어르신의 지혜에 녹여 풀어낸 것이 편안하고 감동스럽게 전달됩니다. 그 흔한 악역 한 명 등장하지 않는 완벽한 해피엔딩의 이 영화를 어른들을 위한 낭만 동화라 칭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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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산업인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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