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 소개할 영화는 『미생』 윤태호 작가의 미완결 웹툰 원작 <내부자들>입니다. 정·경·언(政經言) 유착세력에게 이용당하고 팽(烹) 당한 정치깡패가 복수심에 불 타, 줄도 배경도 없어 큰 건 하나 건지기 전에는 출세하기 힘든 검사와 의기투합하여 부도덕한 재벌, 부패한 정치인, 쓰레기 언론인을 혼내준다는 아주 뻔한 스토리의 영화입니다. 



△ 검사 우장훈과 조폭 안상구 ⓒ한국산업인력공단



등장인물과 캐릭터 또한 너무 뻔해서 돈, 권력, 미디어를 제멋대로 쥐고 흔드는 악인들이 천진 난잡하게 묘사되고 있으며 신분 상승을 노리다 폐인이 된 순진 무식한 조폭 안상구(이병헌 분)까지 네 부류의 ‘부자(腐者:부패한자)’들이 나옵니다.


특히 주연급인 이병헌은 깡패로, 조승우는 검사로 나오는데 둘이 서로 역할을 바꿨으면 더욱 뻔할 뻔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요 등장인물들 중 유일하게 ‘부자’가 아닌 캐릭터는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인데 그도 사실은 어떻게 해서든지 성공하려고 하는 욕망이 행동을 지배하는 뻔한 검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까지는 너무 뻔한 이야기인데 이제 안 뻔한 이야기 몇 가지를 해볼까 합니다.


일단 제목입니다. ‘내부자들’이라고 하면 우선 내부 고발자를 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영화의 중간 부분까지는 제목이 ‘내부자(內部者)’들이 아니라 ‘네’ 부자(腐者:부패한자)들이었다면 더 그럴 듯하다는 우스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작가가 중의적으로 내부자의 의미를 ‘속이 썩은놈들’ 즉 內(안 내) 腐(썩을 부) 者(놈 자)로 하지 않았을까, 하는 비약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웹툰이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연재가 중단되었다고 하니 아직은 알 수 없는 일이겠지만 말입니다.



△ 유명 논설주간 이강희 ⓒ한국산업인력공단



두 번째로 뻔하지 않은 것은 충무로 노익장들의 투혼을 불태운 연기입니다. 주연배우(이병헌, 조승우)의 연기도 수준급이지만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 역할을 맡은 연기의 신 백윤식과 유력 대권후보 장필우 역을 맡은 충무로 터줏대감 이경영의 알몸 연기는 보기 불편했지만 투혼을 불태운 뻔하지 않은 장면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뻔한 영화를 뻔하지 않게 만든 가장 임팩트 있는 요소는 개인적으로 영화 중간 중간 터져 나오는 시니컬한 명대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둡고 칙칙한 상황과 장면 그리고 배우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와 어우러져 너무도 씁쓸하게 다가오는 대사들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 비자금 파일과 '안상구'라는 존재를 이용해 성공하고 싶은 검사 '우장훈' ⓒ한국산업인력공단



결국 영화의 원작자와 감독이 바라보는 현실은 돈 없고 빽 없으면 실력이 있어도 결국엔 힘 있는 자들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암울한 전제를 깔고 있는데, 이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미션으로 삼고 있는 기관에 다니는 공공기관 종사자로서 부정하기도 긍정하기도 어려운 안타까운 현실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나와 같이 탄식하고 분노하는 옆자리 관객들의 뜨거운 숨결을 느낄 수 있어서 다소 안도했습니다.



△ 자신을 폐인으로 만든 일당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정치깡패 '안상구' ⓒ한국산업인력공단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이 영화가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을 밝힙니다.”라는 대사 아닌 대사는 영화관 문을 나서며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 분)의 명대사 몇 가지를 글로 소개하면서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그의 대사만 굳이 소개드리는 이유는 영화로 보는 것과 글로 읽는 것이 너무 달라서 미리 알아도 스포일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여우같은 곰을 봤나.'  '잡상인들이 주는 거 먹다가 체해도 난 모른다.’ 

‘말은 권력이고 힘이야.’  ‘저들은 괴물이야, 물리고 뜯기고 싸울수록 더 거대한 괴물이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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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한국산업인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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